[외고] 2020 뉴트렌드, 신중년층과 멀티 페르소나

등록 2020.02.24 17:28

정상섭 KBS N Director


정상섭 KBS N Director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힘센 쥐의 해이다. 쥐는 12간지 중 첫 번째 동물로, 꾀가 많고 영리하며 생존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십간(十干)의 하나인 경(庚)은 금(金)·수(水)·목(木)·화(火)·토(土) 등 오행(五行) 가운데 가장 강한 금, 즉 쇠(철)에 해당하고 음양으로는 양(陽)이다. 음(陰)의 금인 신(辛)보다 양의 금인 경이 힘이 더 세다고 한다. 금의 색은 흰색이다. 자(子)는 방위(方位)와 시간의 신인 쥐인데 십이지(十二支)의 첫자리인 쥐 중에서도 우두머리가 흰쥐다. 1428년 조선 세종이 상서로운 동물로 언급했다는 기록도 있다. 따라서 올해가 예사로운 해는 아닐 듯하다!


올해 필자가 주목하는 주요 키워드 두개를 꼽는다면, 신중년층(OPAL, Active Senior)과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이다.


출처 : [MBC TV 선공개] 펭수가 여기서 왜 나와....? 유산슬과 펭수, 슈스스들의 만남!_2020.1.3.


OPAL & Active Senior, Multi-Persona


우선 신중년층을 뜻하는 오팔(58, OPAL & Active Senior)은 'Old People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조어로,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각되고 있는 5060세대를 말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58년생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들은 은퇴를 한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여가 활동을 즐기면서 젊은이들처럼 소비한다. 도움_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다른 쪽 주장은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세대를 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젊고 건강한 고령자쯤으로 해석한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심리학 교수인 버니스 뉴가튼(Bernice Neugarten)는 80세까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연구서에서 현재 80세인 사람은 과거의 64세인 사람과 비슷하다고 한다. 현재의 나이에 0.8을 곱하면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인생의 나이가 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70세 이후의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강과 신체가 건강하다면 오히려 사회활동에 더욱 오래 동참하라고 독려한다.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는 최근 몇 년간 나타나고 있는 많은 트렌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인이 '사람들이 자기 상황에 맞는 여러 개의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르소나는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 자아를 지칭하는 용어로 확대되었다. 즉, 직장에서의 나, 가정에서의 나, 또는 SNS 속에서의 나라는 존재가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여러 개의 가면들'이 최근의 사회 변화를 이해하는 '만능키'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이 TV (또는 유튜브) 프로그램 콘텐츠 속에서 새로운 인격(캐릭터)을 부여하는 콘텐츠가 인기다.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의 '카피추'(개그맨 추대엽), <놀면뭐하니>의 '유산슬'(유재석)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EBS 연습생 펭수의 본체는 극비다. 목소리가 비슷하거나 2m10cm의 장신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몇몇 사람의 이름이 실제 거론되고는 있지만 도리어 팬들이 나서서 "펭수는 펭수다" "눈치 챙겨"라며 막아주는 형국이다.


'본래의 캐릭터(본캐)'와 '부가적 캐릭터(부캐)'가 모두 주목받으면서 각각의 정체성 또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제 정체를 밝히지 않으려는 대중의 반응은 캐릭터 놀이의 재미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문화 산업의 축이 세계관과 캐릭터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멀티 페르소나'와 '팬슈머'를 올해의 키워드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책에서는 팬으로서 무언의 놀이에 동참하면서 취향 공동체와 캐릭터를 키워나간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향후 성장 방향까지 관여하며 산업을 키워나가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분석하였다.


과거 '무한도전'에서 호통치던 유재석 캐릭터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통하기 어려웠지만, 유산슬은 예능 캐릭터 열풍과 더불어 지난 연말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거머쥐기도 하였다.


출처 : 펭수 신드롬의 미래_2019.12.22. 동아일보 문화지면 발췌


지난해 3월 개설된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 수는 4분기 10월 20만 명에서 11월 70만명, 급기야 12월 31일 150만 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2020.1.29. 기준으로 200만명을 돌파하였다.


펭수 덕분에 EBS는 경영수지 개선에도 일익을 담당중이라는 소식이다. 광고 출연부터 부가 수익까지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성공했다는 점과 어린이만이 아닌 2030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점, 그리고 각종 캐릭터 사업으로 매출을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펭수는 과거 인기 캐릭터 뽀로로와는 차별화되는 인형 탈 자체가 하나의 가면이 되기 때문에 유튜브는 물론 방송 3사를 오가며 기존 질서와 권위를 전복시키는 캐릭터로 활약중이다. 캐릭터로 분한 덕분에 솔직한 표현("EBS 사장 김명중을 거침없이 부른다.")이 가능하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펭수는 EBS에서 잘리면 KBS로 가겠다고 엄포도 놓곤 했는데 이렇게 선을 넘는 불량함은 이제 막 선의 무서움을 알게 된 2030 세대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주었다는 것이다. 펭수는 2019년 최대 신드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잘 만든 유튜브 캐릭터가 기성 스타의 파괴력을 넘어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매출 및 시청률 하락이라는 침체에 빠진 올드 미디어 진영에서 새로운 발판으로 활용 할 기회로 작용될 전망이다. 제 2, 3의 펭수 출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새로운 소비문화 현상 주목


결과적으로 신중년층과 멀티 페르소나 열풍은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 라이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0대부터 60대 노인 세대까지 스마트폰 누리꾼 문화에서는 유희를 최우선 가치로 생각한다. 세상 모든 것을 희화화하고 직설적인 언행을 즐기며, 누리꾼들이 스스로 즐길 만한 캐릭터를 발굴하는 것도 유행중이다.


펭수가 가진 강점으로는 10대 어린이부터 30-40대의 어른들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과 팬덤에 있다. 그동안 토종 캐릭터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뽀로로'의 경우 브랜드 가치 약 8천억원, 경제적 효과 총 5조원 이상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펭수가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중년층은 오늘날 풍부한 경험의 소유자들이며, 국내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실패도 성공도 많이 겪은 세대이다. 다시 생산현장에 복귀하거나 재직을 연장할 때, 그리고 소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할 때 우리사회는 엄청난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러 가지로 흩어져있던 다양한 페르소나는 귀찮이즘과 비슷해진다는 명목으로 융화되고 통합되어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찾게 될 수 있다. 만약 내 안의 멀티 페르소나들이 서로 힘을 합친다면, '나'라는 사람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류에 기여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과거에만 머문, 어제의 정체된 내가 아닌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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