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박세나 교수(산부인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건강증진의학과 박세나 교수(산부인과)
난소는 난원형으로 흰색을 띄며, 크기는 다양하지만 대략 누에고치 크기로 한 쌍이 각각 좌우 골반 안쪽 벽에 위치한 작은 기관이다. 배란을 통해 생식세포인 난자를 생산하고, 여성호르몬을 생성, 분비하는 등 생명과 생명유지, 여성성의 발현 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난소암은 여성에서 발생하는 암 중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18년 성별 주요암 사망율을 살펴보면 난소암은 1243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하며 여성 10대 암 중 8위를 차지하는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여성 장기를 기준으로 하는 여성암에서는 유방암(사망자 249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해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845명)보다도 47% 더 많다.
난소암은 증상이 없거나 모호하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골반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있기 때문에 크기가 커지고 악화되더라도 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 서양에서는 '침묵의 암살자(silent killer)'라는 섬뜩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있더라도 헛배 부름, 이른 포만감, 복부 압박, 이상 복통 및 요통, 급박뇨 또는 빈뇨, 무기력감 등 흔히 겪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증상들이어서 지나쳐 버리기 쉽다. 진단이 되었을 때는 이미 골반을 벗어나 복강 내 전이가 있는 3기나 원격 전이가 있는 4기인 상태가 전체의 60~70%를 차지하며 대다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난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세포 중 각 성분에 따라 종양의 종류도 달라진다. 난소의 표면을 이루는 세포에서 발생된 상피성 난소종양, 난자를 분비하는 생식 세포에서 발생되는 생식세포 종양, 간질세포(어떤 기능을 하는 조직 세포 사이에 끼어서 다른 작용을 하는 세포)에서 발생되는 성기삭-간질성 종양 등이 있다. 상피성 난소 종양은 전체 난소종양의 약 50%이상을 차지하고, 상피성 난소암은 전체 난소암의 거의 대부분인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난소암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일생동안의 배란 횟수와 난소암(특히 상피성 난소암)의 위험은 정비례한다. 따라서 배란 횟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인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불임, 출산 경험이 없는 경우 등이나 폐경 후 호르몬 요법과 같은 장기간의 에스트로겐 노출은 난소암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반면에 배란 횟수를 감소시키는 만삭임신, 장기간의 수유, 경구피임약 등은 난소암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최근 연구들에서 상피성 난소암 발생이 난소와 인접해있는 나팔관 쪽의 부위의 상피세포와 연관이 있음이 의심되기 시작했고 자궁내막이나 난관-자궁 이음부등 난소암의 원인으로 난소 주변 조직의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자궁 종양으로 인한 자궁 적출시 양쪽 난관을 예방적으로 절제해 주는 처치를 시행하기도 한다.
병기는 1기부터 4기로 나뉘며, 1기는 난소에 국한된 종양, 2기는 골반 내까지 파급된 경우, 3기는 복강 내 파급되었거나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 4기는 복강 내를 벗어나 간이나 뇌, 폐 등에 전이된 경우를 말한다. 전 연령층에서 발생할 수 있으나 상피성 난소암은 주로 폐경후 50~60대에서 가장 흔히 발생한다.
난소암은 수술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병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한 많은 암을 제거하는 것이 예후에 도움이 된다. 초기 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 후 추가 항암제 치료를 시행한다. 수술은 자궁 및 자궁 부속기 난소를 우선 절제하고, 복막 중 대망 절제 후 복강 세척으로 이루어진다. 가임연령기 여성의 경우 추후 임신을 원하느냐에 따라서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다. 아주 초기에 발견된 경우라면 종양이 있는 쪽의 난소만 제거하고 다른 쪽 난소나 자궁은 그대로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암의 전파를 막기 위해 양쪽 난소와 자궁까지 절제한다.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 중 유방암과 난소암의 경우 약 5~10% 환자는 부모에서 자녀에게 유전된 병인성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던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BRCA1 유전자의 병인성 변이가 있어, 예방적으로 유방·난소 절제술을 받으면서 BRCA1과 BRCA2 유전자 및 유전성 암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하는데, 난소암으로 사망한 모친 혹은 자매가 있는 여성에게서 난소암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18배나 높기 때문이다. 유전성 난소암의 원인 유전자 중 BRCA 1, 2 유전자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있는 경우 최대 40%에서 난소암이 발병할 위험이 있다고 밝혀져 있다. 따라서 암이 발병하기 전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암 발병에 대한 예방책을 세워 대비할 수 있다. BRCA 1, 2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는 여성의 경우, 유방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약 55-87%, 난소암의 발생률은 약 15-4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BRCA 1, 2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는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 약 7%, 난소암 발생률 약 2%에 비해 매우 높은 위험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BRCA 1, 2 유전자 변이는 췌장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으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암 환자 중 약 5~10%에 해당되고, 매우 소수에게만 암 유발 유전성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다. 따라서 가족 중에 암 진단을 받은 이가 있어도 가계도 분석을 통해 고위험 군에 해당되는 사람이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 산부인과학회에서는 난소암과 유방암에 대한 유전성 위험도를 측정하여 유전성 경향이 최소 5~10%를 상회하는 경우에는 유전학적 상담과 BRCA 1,2에 대한 유전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실제로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에서는 30세부터 골반 진찰, 질식 초음파, CA-125 검사를 6개월마다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난소암 환자의 95%는 가족력이 없으므로 모든 여성은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인 부인암 검진을 받는 것이 난소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꼭 필요하다. 난소암의 사망률이 높은 것은 발병시 뚜렷한 증상이 없어 병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병기가 많이 진행된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인 원인이 크다. 부인암 검진시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경부암 세포진 검사이지만 세포진 검사만으로는 난소의 이상여부를 알아내기 어렵다. 반드시 골반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과 난소의 형태를 직접 관찰해야 난소암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골반 초음파 검사는 자궁과 난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매우 유용한 검사이다. 골반 초음파 검사를 통해 난소에 종양이 발견된 경우, 종괴의 크기와 모양, 음영 등을 평가하여 양성 또는 악성 가능성 여부를 예측하고 함께 난소 종양 표지자인 CA-125 혈액 검사를 시행하여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게 된다. 난소암을 초기에 발견하게 되면 수술적 제거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난소암은 발견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이러한 난소암의 조기 발견과 예방, 그리고 유전자 검사까지 논스톱으로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잘 이용하여 조기 발견으로 난소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백세 시대를 맞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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