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대한항공 하은용 부사장, 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카카오 배재현 부사장이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카카오 제공
카카오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다.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모빌리티 등 업무 협약(MOU)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카카오의 한진칼 지분 취득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진칼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분을 취득한 만큼 대학 학위 취소 등 수세에 몰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말 한진칼 지분 1% 가량을 매입했다. 지난해 말 한진칼의 주가가 4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2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보여진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MOU 이후 시너지를 높이기위해 지분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12월 5일 ▲플랫폼 ▲멤버십 및 핀테크 ▲커머스 ▲콘텐츠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가 보유한 역량을 활용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작년 10월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상호 교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카카오의 제휴 방식을 고려하면 이번 한진칼 지분 매입도 지속적인 상호 협업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조원태 회장과 사전 교감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대 출신인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친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한진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가운데는 조원태 회장(6.52%)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5.31%)이 뒤를 잇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17.29%, 델타항공은 10%, 반도건설이 8.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연임을 위해 조 회장의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직 카카오와 반도건설 등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만큼 당분간 경영권을 둘러싼 신경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