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2', LG유플러스 'U+어벤져스'
#인천에 사는 문모(36)씨는 국내 최초 AI 스피커로 출시된 '누구'를 사용하고 있다. 11개월된 아기가 있는 문씨는 핑크퐁 노래를 요청하면 핑클 노래가 나오는 등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사용하는 김모(30)씨는 '헤이 카카오'라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반응하거나 같은 말을 2번 이상 말할때가 많아 불편함을 토로했다.
최근 통신사와 IT기업들이 앞다퉈 AI 스피커를 출시하며 특화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기본적인 음성 인식 조차 오류가 나는 등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각각 ‘누구(NUGU)’·‘기가지니’·‘U+어벤져스’ 등의 AI 스피커를 판매하고 있다.
2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네이버 ‘클로바’와 카카오 ‘카카오미니’까지 더해 국내 AI 스피커 누적 판매량은 지난 3월 기준 412만대로 전년(200만대)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연말까지는 약 800만대가 예상된다.
AI 스피커를 첨단 기술이 접목된 가전제품으로 광고가 나오면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이용 빈도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AI 스피커 이용이 단순 명령에 그친다는 점이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AI 스피커는 인공지능이라기보단 TV 채널 변경과 볼륨 조절, 음악재생, 날씨 등 질문이 제한적이고 사실상 대화가 이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AI라 부르기엔 궁색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AI 서비스로 이용하는 톱5 기능은 날씨정보, TV제어, 음악감상, 알람, 타이머 등에 불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 AI 스피커 이용자는 정모(32)씨는 "결합상품으로 지니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데 불륨 올려달라는 말도 잘 못알아 듣는다"며 "날씨와 TV 켜기 외엔 노래도 제목을 여러번 이야기해야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AI 스피커를 선보인 지 3년째를 맞았지만 아직도 날씨 안내기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아이러니하게도 AI 관련 기업들은 향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한 맘카페 회원은 "남편이 어디서 얻어와서 설치했는데 쓸데없길래 치워버렸어요"라는 냉담한 평가를 했다.
또 다른 회원은 "작년 겨울 구입한 AI 스퍼커가 통신사와 연동이 안돼 음악듣는 서비스를 끊었다"며 "지금은 가끔 날씨 물어보는 용도"라고 말했다.
이에 좀 더 현실적인 투자 대책과 마련과 함께 지속적인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AI 스피커를 첨단 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으로 광고하면서 이용자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대화가 이어지기 어렵고 발음이나 억양 등 이용자 특성에 따라 잘못 인식하는 등 불편이 이어지고 있어 피부에 와닿는 투자 대책마련이나 지속적인 품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한국 AI 스피커는 글로벌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지 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3분기 전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 규모가 350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1위 기업인 미국 아마존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점유율을 높였으며, 주요 시장인 중국은 현지 업체의 강세로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AI 스피커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5% 성장한 3490만대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아마존은 1년 전보다 46% 늘어난 수준인 1050만대를 출하해 30.0%의 시장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구글은 600만대를 출하해 1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뒤이어 중국 바이두, 알리바바는 각각 12.2%(430만대), 11.2%(390만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샤오미와 애플은 각각 9.6%(330만대), 5.1%(180만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상위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