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범열 산업부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사회적 약자인 65세 이상 고령층이 외면당하고 있다. 5G 가입자가 출범 후 6개월만에 35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입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1위인 SK텔레콤과 2위인 KT는 시니어를 위한 요금제가 없다. 그나마 3위인 LG유플러스가 4만5000원 요금제를 내놓았지만 소득이 없는 노인들에겐 이마저도 부담이다. 참여연대 등은 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이란 차원에서 5G 시대에도 시니어를 위한 요금을 만들어야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묵묵부답이다.
현재 SK텔레콤과 KT의 5G 최저가 요금제는 5만5000원이다. SK텔레콤의 슬림요금제는 올해말까지 데이터 1GB 추가 혜택을 제공해 9GB 제공, 영상·부가통화 300분을 제공하고 있다. KT의 5G 슬림 요금제도 이와 같은 수준이다. 5G 서비스 출시와 함께 '담합', '베끼기 수준' 요금제라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인터넷·동영상 등 데이터 사용이 제한적인 고령층에게는 5만5000원이라는 통신비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것. 통신사들은 시니어 요금제를 만들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발뺌을 하고 있지만 60대들도 인터넷신문 정도 본다는 점에서 충분히 최신폰을 쓸 수 있고, 쓸 선택권을 가져야한다. 다만 젊은 세대처럼 아이돌 영상 등을 볼일이 없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 데이터를 더 슬림화 시킨 저렴화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는 게 노년층들의 하나 같은 목소리다. 부모님 통신요금을 대납해주는 자식들의 입장에서도 하소연이 많다.
통신사 입장에선 고가요금제 유치를 통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높이려는 목적 의식은 이해한다. 다만 사회공헌도 하는 마당에 다소 이윤이 덜 남더라도 고령화 사회에 복지가 풍족하지 못한 상황에서 통신요금 부담까지 가중되면 삶이 더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해 노마진을 추구한다해도 오히려 혜택보는 부모를 모신 자녀가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다.
그나마 LG유플러스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청소년과 시너어를 위한 월 4만5000원의 5G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3만원대부터 선택지가 다양했던 LTE 요금제와 비교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은 오히려 축소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타 통신사와 비교해선 당장 칭찬 받을만한 일이다. 다만 3만원대 정도였음 더욱더 칭찬 받고 통신사 중 가장 바람직한 곳으로 추대 받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남긴다.
참여연대는 "월 5만5000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만 천편일률적으로 구성되었던 기존 5G 서비스에 중저가요금제 경쟁을 촉발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대상이 만 18세 이하의 청소년과 만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 그쳤고 LTE에서의 청소년 대상 요금제가 3만3000원, 4만9000원, 5만9000원 등 선택지가 다양했던 반면 5G에서는 4만5000원 하나만 출시되면서 오히려 청소년들의 소비자 선택권은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LTE에서 3만3000원 요금제를 사용하던 청소년 이용자의 경우 5G로 옮겨가려면 선택지가 4만5000원 요금제 밖에 없다보니 사실상 요금인상 효과가 발생했다"며 "고가의 5G 단말기 등을 고려할 때 비교적 경제적 취약계층인 청소년과 고령층의 5G 가입을 유치하게 되어 전체적인 가계통신비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저가 요금제를 시급히 도입해 경쟁을 촉발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이통3사는 일률적인 데이터제공량과 부가 혜택 속에서 속도 경쟁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령층은 다 쓰지도 못하는 데이터를 위해 필요 이상의 고가 요금제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통3사는 매년 수천억원에서 조단위까지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통신비 인하 여력은 충분하다. 사회복지 차원에서라도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의 통신요금 선택지를 늘리고 부담을 줄여 줄 저가 요금제를 빨리 만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