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신세계 제공.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마트는 창업 후 처음으로 점포 13여 개를 매각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온라인쇼핑몰 등에 밀려 2분기 사상 첫 적자를 내고 뒤늦게 점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일환으로 신세계는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를 이마트 혹은 이마트 부문에 한해 한달여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사를 통해 전략을 가다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993년 창동점 개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대형마트 시장의 포문을 연 이마트는 최근 전사적인 위기에 맞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으며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보다 38% 감소한 12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증권업계가 추정하고 있다.
이마트가 아직까지는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소비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이 중점인 대형마트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업계 한 연구원은 "이미 시장은 온라인으로 옮겨갔고, 오프라인 매장은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며 "온라인 시장에서는 쿠팡, 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강자들이 자리매김하고 있어 이마트의 적자 탈출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마트는 보유자산 유동화를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13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9524억8000만원에 처분키로 했다. 처분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의 5.69%에 해당한다.
거래 상대는 '마스턴투자운용 주식회사가 설정할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신탁업자'이다.
이마트측은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부동산 펀드)의 신탁업자에 이마트 13개점 토지 및 건물을 매각 후 책임 임차하는 방식의 거래"라며 "처분 금액은 부가세 등의 부대비용을 제외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8월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부산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대형 할인매장 이마트 서부산점이 22년 만에 폐점한다.
1997년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문을 연 서부산점은 오는 29일 오후 5시를 기해 서부산점 영업을 종료한다. 서부산점이 문을 닫으면 부산지역 이마트 점포는 6개에서 5개로 줄어든다.
서부산점은 부산지역 첫 이마트 매장이자 전국에서 열 번째 영업점으로 문을 열어 한때 이마트 핵심 매장으로 매출을 견인한 바 있다.
이러한 실적악화의 원인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전략 부재 및 리더십 탓도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도 내외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추진한 삐에로쇼핑, 부츠 등을 중심으로 전문점 적자 폭이 확대됐다. 2분기 이마트 전문점 부문 영업손실은 188억원으로 전년 동기 160억원에서 28억원 늘었다.
이마트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신사업에 대해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부츠'와 '삐에로쇼핑'이 그 대상이다. 두 사업 모두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올해 '부츠'와 '삐에로쇼핑'의 33개 점포를 폐점하며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점과 트레이더스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삐에로쇼핑과 노브랜드, 부츠 등도 하나같이 고전하고 있는 만큼 콘트롤 타워의 전략 부재라는 설이 신세계 안팍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