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비호에 눈멀어 KBS 뉴스 망가뜨리지 마라"
"조국 관련 뉴스를 축소해 권력 친화적 뉴스를 하라는 압력"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도를 둘러싼 KBS 보도국 내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조국 장관의 과거 발언과 저술 내용을 통해 현재의 행보를 비판한 '시사기획 창, 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편에서 조 장관의 과거 발언 일부가 빠진 것에 반발한 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자기 이름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엔 라디오에서 '조국 관련 뉴스를 줄이라'는 보도국장(통합뉴스룸국장)의 압력에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KBS 라디오 뉴스 제작을 맡고 있는 기자 9명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이재강 보도국장이 '조국 관련 뉴스가 많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최근엔 경고까지 했다"며 "이는 데스크 권한을 넘어선 심각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편집권 침해이며, 조국 관련 뉴스를 축소해 권력 친화적 뉴스를 하라는 압력"이라고 주장했다.
KBS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국장은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KBS1 라디오 뉴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보다 조 장관 관련 보도가 더 많았던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오후 3시 방송된 정시 뉴스 8건 중 4건이 조 장관 관련 보도였으며, 돼지열병 보도는 첫째 꼭지로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제작진은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이나 조 장관에 대해 새롭게 드러난 사실로 반드시 보도해야 할 내용들이었다"며 "이날 아프리카돼지열병 관련 보도는 별도의 특보를 네 차례 진행했으며, 속보를 다루는 정시 뉴스의 성격상 조 장관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KBS 라디오 뉴스 제작진은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국 친위 세력'의 뉴스 개입과 편집권 간섭"이라며 "조국 비호에 눈멀어 더 이상 KBS 뉴스를 망가뜨리지 마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국장은 이날 KBS 사내 게시판을 통해 "(조 장관 기사 외에) 최순실이 안민석 의원을 고소했다는 기사, 한국당이 정부를 비난한 기사 등에서 극단적 편향성을 드러냈다"며 "기자로서 최소한의 균형감을 내팽개친 행위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국 장관 보도를 둘러싼 외압 의혹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지난 18일에도 KBS 미디어 비평 프로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김모 기자가 "이 프로그램은 충분히 조국 장관한테 유리하게 방송이 되고 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당시 김 기자는 미디어 비평을 전문으로 하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조국 관련 속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문과 방송을 비판하면서 사실상 조 장관을 옹호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가 해당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외부 패널들로부터 오히려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