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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추진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를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는 돈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통화로서 안정성이 의심스럽고 범죄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각국 규제 당국의 우려 속에 리브라 출시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들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것들은 돈이 아니고 그 가치의 변동성이 크고 허공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되지 않는 암호화폐 자산 때문에 마약 거래나 다른 범죄 활동과 같은 불법 행위가 쉬워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페이스북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리브라로 옮겨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사한 면에서 페이스북 리브라의 '가상 통화'도 위상이나 신뢰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리브라 등이 금융체계에 수용되려면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경고가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과 다른 업체들이 은행이 되길 원한다면 새로운 은행 법규를 만들어 다른 국내외 은행들처럼 모든 금융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출시 계획이 규제 당국의 압력 때문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암호화폐와 같은 대안체제로부터 위협받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까지 천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진짜 통화가 하나밖에 없는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신뢰성이 있다"며 "세계 어디에서도 지금까지 가장 지배적이며 앞으로도 그런 위상을 유지할 그 통화는 바로 달러"라고 강조했다.
지구촌에 이용자 24억명을 거느리고 있는 페이스북은 내년 상반기까지 리브라를 출시해 실제 거래에 이용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혁신적인 계획에도 불구하고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 금융규제 입안자들의 입에서는 경계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리브라는 다수 통화로 구성된 은행예금, 미국 국채 등에 연동해 가치를 보장할 계획이라는 점, 잠재적 이용자를 대규모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범용성이 다른 가상통화보다는 낫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강력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법행위를 위한 자금세탁에 이용되거나 개인정보를 둘러싼 프라이버시 침해 사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각종 우려가 제기된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도입 계획은 심각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전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리브라는 사생활 보호, 돈세탁, 소비자 보호, 금융 안정성 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금융규제 체계가 디지털 화폐와 들어맞지 않지만 디지털 화폐의 잠재적 규모는 전체 금융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금융 규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리브라를 비롯한 가상통화가 직면한 규제장벽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넘어 유럽에서는 리브라를 둘러싼 노골적인 비관론도 목격되고 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리브라가 독립적인 통화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일어나서도 안 된다"며 프랑스의 정책 기조를 명확하게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마크 카니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열린 자세를 갖고 검토하되 "최고 수준의 규제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자세를 내비쳤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사전 검토에 나섰다. 리브라가 많은 용처에 손쉽게 사용될 수 있는 효용이 있으나 그만큼 많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딜레마를 둘러싼 저울질이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