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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풀린 日은행 여신 18조…전문가 "日보복 잠재 영향권"

정문경 기자 ㅣ jmk@chosun.com
등록 2019.07.08 10:58

"수출 규제와 대외 익스포저 축소 동향 맞물려 자금 규모 축소 가능성"
금융당국 상황 점검 착수…"日 자금 쓰는 은행·기업 유동성 예의주시"

미쓰비시 UFJ 금융그룹(MUFG) 본사./조선DB

일본이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수출 제한 조치에 들어가는 등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도 국내에 풀린 일본계 자금이 규모를 줄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은 18조2995억원이다. 이는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야마구찌 등 4개 일본계 은행의 국내 총여신금액이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보면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은 전체 외국계은행 국내 지점의 총여신 77조9000억원의 27.1%에 달한다. 중국계 은행(34.3%)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일본계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한국시장에서 자금 회수를 시작했다. 시계열로 보면 지난해 9월 말 총여신 21조817억원에서 12월 말 19조5196억원, 올해 3월 말 18조2995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일본계 은행의 외화 예대율이 높았던 데다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줄어들면서 지난해말부터 대외 익스포저를 줄이기 시작한 것으로 금융권은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게 은행들이 즉각 행동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나 기존에 이어져 왔던 전반적인 대외 익스포저 축소 동향과 맞물리면서 한국에서 회전시키는 일본계 자금의 규모나 속도를 줄일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신규 대출을 줄이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이 당장 움직이지 않겠지만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국의 금융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모조정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여타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본 현지에서 영업 중인 우리 기업들의 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유동성 상황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산 원재료로 사용하는 국내기업의 신용 리스크 역시 점검 포인트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우리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이 안정돼 있어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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