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오른쪽)·경제수석 이호승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의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동시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는 경질성 인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 이후 가장 경제지표가 안좋다는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경각심을 다소나마 느끼지 않았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57)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54·행정고시 32회) 기획재정부 1차관을 각각 임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고 대변인은 "김상조 신임 실장은 학계·시민단체 경력이 있어 민생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잘 알아 이를 잘 챙길 수 있는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 "경제 3대 축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 정책실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에 대해선 "대외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를 잘 풀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재부 역할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정책 투톱인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은 각각 장관급, 차관급 자리로 내각의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추며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은 임명 1년도 채 되지 않아 교체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경제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작년 11월 임명된 지 224일 만에, 윤종원 경제수석은 작년 6월 임명된 지 360일 만에 청와대를 나가게 됐다. 김 실장의 경우 청와대 사회수석을 하다 정책실장으로 승진한 점을 감안하면 2년 1개월 만에 옷을 벗게 되는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면서 눈에 보이는 경제 성과 도출을 강조했지만, 경제성장률과 고용 등 경제 지표가 부진하다 못해 장기불황에 들어설 전망이 보이자 경제정책에 핵심 자문자들인 청와대 경제라인에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수정 발표했다. 이는 3월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치(2.6%)보다 0.2%포인트 낮고, 작년 11월 발표한 전망치 2.8%보다 0.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고 대변인은 "김수현 실장은 사회안전망 구축, 포용국가라는 정부 정책의 큰 축을 잘 이끌어 왔고 성과도 충분했다"며 "윤종원 수석도 수소경제·시스템반도체·규제개혁 등 산업 혁신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의 정책실장 발탁이 재벌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고 대변인은 "공정위원장 역할은 기업의 길을 막는 게 아니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공정위원장으로서 기업의 갑질 문화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았을 뿐 기업에 반대입장을 가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수현 실장과 윤종원 수석의 향후 거취에 대해선 "두 분이 앞으로 뭘 할지 정해진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들이 향후 경제 부처 개각 때 다시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 일자리비서관을 하다 작년 12월 기재부 1차관으로 승진한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6개월 만에 다시 청와대로 입성하게 됐다.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서울 대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를 거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국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와 미국 조지아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일자리비서관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