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게임쇼 'E3 2019'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조선DB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하면서 국내에서 '게임 중독'에 대한 논란이 증폭된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게임쇼 'E3 2019'에서는 국내의 침체된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13일(현지시간)까지 E3 2019에서 만난 국내 게임 업체의 한 고위 관계자는 "뭘 미치도록 좋아하면 지나가는 말로 '중독'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 질병이라고 하니 참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는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후 처음 열리는 대형 게임 행사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여파가 있을지 주목됐다.
그러나 대회에 참가한 게임업계나 서구권 이용자들 사이에서 일말의 위기감이나 위축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내의 첨예한 대립과 논쟁과 비교하면 이상할 정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온 게임 전문 유튜버에게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에 관해 물었더니 "처음 들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대회 공식 매체인 '게임스팟' 등에서는 게임중독과 관련한 기사나 언급을 전혀 찾을 수 없다. 대회 기간 열리는 40여개의 좌담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249달러짜리 입장권을 사서 신작 게임 한 번 보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는 만 17세 이상 '진성 게이머'들의 축제인 이번 행사에서 이런 딱딱한 논란은 애초부터 어울리지 않는 주제일 수 있다.
그럼에도 게임이 사회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발굴하고 부각하려는 노력이 눈에 띄었다.
지난 12일 E3 콜로세움 행사장에서는 '글로벌 게임 시민'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글로벌 게임 시민은 게임을 통해 공동체에 이바지한 인물을 뽑는 상으로, 페이스북이 해마다 선정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소셜사이퍼게임즈'의 바네사 길 대표는 자신의 아스퍼거증후군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자폐 아동 치료를 돕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는 "자폐 아동들에게 전통적인 게임을 더 많이 하도록 권하고 있다"며 "게임은 여러 가지 인간 유형에 대한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