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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故 조양호 前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퇴직금 지급과 조원태 대표이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또 한 번 공방이 벌어지게 됐다.

한진칼은 KCGI 산하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에 대한 검사인 선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고 4일 공시했다.

공시내용을 보면 그레이스 홀딩스는 故 조양호 前한진그룹 회장의 퇴직금·퇴직위로금 지급과 관련한 규정이나 주주총회·이사회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조원태 대표이사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안건이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의됐는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동일인 변경 신청서에 한진칼이 조 대표를 '회장'으로 기재했는지 등을 검사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KCGI의 계열사 엔케이앤코홀딩스도 한진에 대해 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지급 규정과 이사회 결의 등을 조사할 검사인을 선임해달라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했다.

한진 계열사 공시에 따르면 조 前회장은 지난해 대한항공, 한진칼, 한진 등 5개 계열사로부터 총 107억1815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조 前회장에게 400억원 대의 퇴직금을 지급했으며 위로금은 유족의 뜻에 따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측은 "故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 및 퇴직 위로금 지급과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KCGI의 요구와 관련해 추후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KCGI의 공세는 우선 조양호 전 회장의 퇴직금이 향후 한진 총수 일가의 상속세 재원에 활용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원태 회장 선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도 한진그룹의 새 총수에 대한 경영 견제 수단이라는 분석이다.

KCGI는 지난달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KCGI 자회사인 유한회사그레이스홀딩스는 28일 한진칼의 지분율이 14.98%에서 15.98%로 늘었다고 공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한진칼에 회계장부열람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칼과의 공방 2라운드 돌입하는 모양새다.

KCGI는 유명 애널리스트 출신 강성부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한진칼과는 지난 3월 말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 전부터 '주주제안 자격'의 적법 여부를 두고 각을 세워왔다.

당시 KCGI 측은 상법에 따라 본인들의 주주제안이 적법하다고 주장했고 한진칼은 이에 대해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해 0.5%의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맞섰다.

서울고등법원은 한진칼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에서 KCGI가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지 않음에 따라 한진칼 주총에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로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KCGI 측이 앞서 제안한 감사와 이사 선임 및 이사 보수 한도 제한 등의 안건은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못고 KCGI가 '3%룰'을 지렛대로 활용해 KCGI 측 인사를 감사로 선임시키려는 시도도 한진칼이 단기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당시 한진칼 주총에서 KCGI의 안건은 등재되지 못했고 7개 안건 모두 한진의 의도대로 의결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