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채택하면서 게임업계가 산업 위축 등을 우려해 대책위를 마련하는 등 논란이 거세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 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WHO에 따르면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따라 게임중독을 판정한다. WHO는 ▲게임에 대한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하며 ▲부정적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게임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게 했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기간에도 게임중독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는 게임중독의 유해성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판단했다.
WHO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각 회원국은 코드가 부여된 질병에 대해 보건 통계를 발표해야 하고, 치료와 예방을 위한 예산을 배정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도 후속 절차 준비에 착수했다. 보건부는 관련 의학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해 의학적, 공중보건학적으로 게임중독 개념을 정립하고 실태조사를 거쳐 유병률 등을 살펴본 후 진단기준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 관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게임중독이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은 2025년이 되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KCD.질병과 사망원인)에 게임중독이 들어가려면 5년 주기 개정 시점인 2025년에야 가능하다. 또 국내 질병코드에 넣으려면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자문, 연구용역을 거쳐야 하고, 유사증상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중독이나 스마트폰 중독 등과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 부처와 학회, 게임업계 등을 위주로 게임중독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녀의 게임중독을 걱정하는 학부모단체와 교육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게임중독을 경계하고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 보지만, 게임업계는 게임을 죄악시하는 과도한 조치라면 반발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를 꾸려 오는 29일 국회에서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준비위는 지난 25일 성명서를 내고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보건부는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게임업계, 보건의료 전문그룹, 법조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6월 중 추진, 게임중독 질병 지정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논란들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도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