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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터뷰] 1억 달러 번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 김창한…"17년 실패 끝에 속도 중요성 깨달아"

김범수 기자 기자 ㅣ kbs@chosunbiz.com
등록 2017.07.13 12:04 / 수정 2017.07.14 07:01
출시 15주 만에 500만장을 판매하며 누적 매출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돌파한 PC 패키지 게임이 있다. 그것도 정식 출시버전이 아니다. 게임 정식 출시 전 베타테스트에서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한국 게임회사인 블루홀이 개발한 PC온라인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대기록을 향해 순항 중이다.

지난 3월 테스트 버전 형태로 출시된 이 게임은 7월 13일 기준 PC패키지 판매량만 500만장을 넘어섰다. PC패키지 판매 매출은 1200억원을 넘는다.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판매 플랫폼인 ‘스팀’에서 ‘도타2’에 이어 동시접속률 2위를 기록중이다. 이 게임은 최근 동시접속자 30만명을 돌파했다. 온라인 게임 방송인 트위치에 입소문을 타며 동시시청자 35만명을 기록했다. 7월 현재 트위치에 올라온 콘텐츠 전체 1위에 올랐다.

김창한 블루홀지노게임즈 프로듀서. /김범수 기자

배틀그라운드 흥행 의미는 남다르다. 우선 충성 사용자에 의존하는 지적재산권(IP) 기반 게임이 아닌 독특한 장르로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 게임은 이용자 100명이 동시에 접속해 고립된 섬에서 단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생존해야하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또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early access)’로 지난 3월 출시돼 흥행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얼리 액세스는 클로즈베타테스트에 참여하는 사용자들이 돈을 내는 형태다. 크고작은 프로젝트에 온라인으로 돈을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하다.

남보다 게임을 먼저 즐기고 싶은 이용자들이 돈(한국 기준 3만2000원)을 내고 게임을 해보고, 이용 소감(피드백)을 게임 개발사에 직접 전한다. 정식 출시 후에도 게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개발자는 돈을 벌면서도 사용자와 호흡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얼리 액세스의 장점이다. 배틀그라운드의 정식 버전은 연내 출시된다.

모바일 게임 전성 시대에 사양 업종로 취급받았던 PC온라인 게임에서 흥행을 거둔 것도 눈길을 끈다. ‘제2의 오버워치'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블리자드가 개발한 ‘오버워치'는 전 세계 2500만장 이상이 팔리며 크게 흥행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총괄한 김창한 블루홀지노게임즈 프로듀서(PD)는 게임 개발 경력 17년을 자랑한다. 그는 처절한 실패의 경험으로 내공을 쌓았다. 그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세피로스’, ‘펀치몬스터’, ‘데빌리언’ 등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 게임들을 크게 흥행시키지는 못했다.

마침내 ‘잭팟'을 터뜨린 비결에 대해 김창한 PD는 “속도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을 분석한 후 사용자들이 원하는 고 사양 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배틀그라운드는 2년도 안되는 시간에 개발을 끝내고 빠르게 시장에 나서면서 금방 변하는 사용자들 취향과 호흡을 맞출 정도로 속도를 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창한 PD와의 일문일답.

스팀에 출시돼 500만장 가까이 판매고를 올리고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배틀그라운드. /박길우 디자이너

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비결은.

“여러가지다.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을 통해 직접 글로벌 출시를 했고, 게임 방송이 중요한 ‘트위치’를 통해 별도 마케팅 없이도 큰 입소문 효과를 얻었다.

개발자들은 이 게임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트위치, 인스타그램, 스냅챗과 같은 서비스처럼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이들 회사가 창업 초기 펀딩(자금 조달)을 통해 서비스에 나선 것처럼 배틀그라운드도 크라우드펀딩과 비슷한 스팀 얼리 액세스로 출시했다.

해외 시장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다국적 인재가 필요했다. 그래서 약 5년간 배틀로얄 장르 게임을 운영해 본 브렌든 그린(Brendan Greene)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CD)로 한국에 데려왔다.

이외에도 8개국의 개발자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 원격으로 일을 한다. 이건 실리콘밸리 개발 문화에서 배운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해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본다.”

一 단 한명만 생존할 때까지 전투를 치르는 ‘배틀로얄’은 인기 장르가 아니다.

“게임 사용자 층으로 보면 하드코어 장르다. 참가자 100명 중 1명만 남을때까지 게임을 하면 승률이 1%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전체 사용자의 1% 정도가 즐길 정도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앞서 해당 장르를 운영해 본 브렌든 그린 CD를 영입한 이유다.

이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국내 시장은 모바일 게임 위주로 재편됐지만, 나를 포함해 주요 개발자들은 PC 게임에서 승부를 보려 했다. 1% 사용자라도 세계 시장에 나서면 절대 수로는 많다.”

一 과거 실패에서 배운 것이 있었나.

“17년간 게임 개발에 참여했고 창업만 3번을 했다. 3개의 게임이 성공적이지 못했는데 모두 개발이 오래 걸렸다. 열심히 안한 것은 아니고, 실패에서 배운 것도 있지만 성공하지 못해 그 빛이 바래졌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래도 전작 3개 게임 중 첫 번째 게임이 가장 잘 됐다. 첫 번째 게임은 만들고 싶었던 게임이었고 두 번째, 세번 째 게임은 유행을 따라간 게임이었다. 결국 시장을 분석하고 유행에 맞춘 게임보다는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하고 싶은 장르에 도전해야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배틀 로얄이라는 장르도 도전한 것이다.”

一 블루홀 개발력은 업계에 소문이 나 있다.

“블루홀 기업 문화는 개발자한테 좋은 편이다. 개발자 이야기를 들어주고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블루홀 비전은 ‘제작의 명가’다. 경영진이 돈 되는 게임을 만들라는 지시를 하진 않는다.

개발팀에서 기획안을 마련하면 예산을 승인하고 완성 단계에서 리뷰를 한 후 끝까지 간다. 실패를 하면 경험을 남기고 리뷰를 하면서 지속 가능한 개발 환경을 만들어주는 문화가 있다.”

김창한 PD는 “배틀그라운드를 오랫동안 서비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一 개발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속도를 내는 것이 힘들었다. 속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얼리 액세스로 게임을 낸 것도 그런 이유다. 지금도 속도를 내기 위해 매주 패치하고 업데이트를 하면서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온라인게임을 운영해봐서 라이브 업데이트 노하우는 있지만, 빠른 호흡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Matthew Krzanich)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속도가 완벽함을 이긴다’고 했다. 완벽하게 만들어 내보내기보다 빠르게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기술만 빠르게 변하는게 아니라 게임 유행도 빠르게 변하고 사용자들도 게임을 즐기면서 빠르게 변화하는데 속도를 맞추는 전략이 먹혔다고 생각한다. 이 탓에 고생도 정말 많았다.”

一 빠른 게임 개발의 비결이 있었다면?.

“작은 팀이라 개발이 빨랐다.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대형 개발사가 필요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적은 수로도 개발이 가능했다. 전 세계 1위 모바일 게임업체 수퍼셀이 여러 독립적인 작은 조직을 유지하면서 개발하는 것과 유사하다.

게임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가 개발 중간에 그동안 개발해온 것을 ‘엎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설계를 자세하게 했고 대신 작은 규모로 만들어 계속 테스트해 나갔다. 현재는 사용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계속 개선시켜나가고 있다.”

一 배틀그라운드의 목표는.

“이 게임은 게임이라기보다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 도타2, 오버워치, 카운트 스트라이크처럼 끊임없는 업데이트로 재미를 제공하고 싶다.

또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자체도 재미있지만, 게임 관전도 못지 않게 재미있다. 실제로 트위치나 유튜브 등에도 배틀그라운드를 활용해 방송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다.

이런 크리에이터들을 위해서 공격을 당해도 사용자가 쉽게 죽지 않는 좀비 모드를 만들기도 한다. 좀비 형태의 캐릭터를 게임에 담아주고 이에 필요한 시스템을 업데이트 해준다. 이렇게 되면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게임에 팬들이 직접 좀비로 게임에 참여하고 해당 영상을 트위치로 방송한다. 이런 식으로 콘텐츠로 재생하는 재미를 극대화하는 것도 목표다.

또 이 게임 자체가 사용자간 대결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전 게임이기 때문에 자신의 랭킹을 올리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랭킹 시스템을 신경써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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