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이 5일 한국에 상륙했다. 애플뮤직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접속되면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애플뮤직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이 지난해 6월 애플뮤직을 출시한 지 14개월 만에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애플은 이례적으로 한국 서비스 가격을 낮췄다. 한국 음원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K팝(한국 가요) 음원을 대거 확보한 점도 눈에 띈다.
애플이 애플뮤직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아이폰으로 애플뮤직을 실행시킨 모습 /애플 제공
애플뮤직은 현재 미국 등 100여개 국가에서 출시됐고 전 세계 1500만명이 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애플뮤직이 보유한 음원은 3000만곡이 넘는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한국 음원업체와 적극적으로 접촉해 온 만큼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이 K팝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 이례적인 서비스 가격 인하...한국 대형 기획사와 큐레이션 계약 맺어애플은 한국 서비스를 위해 가격을 낮추고 한국 음원 확보에 나서는 등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눈에 띄는 점은 가격이다. 애플뮤직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계정이나 최대 6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계정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해외시장에서 개인계정의 월사용료는 9.99달러(약 1만1139원), 가족계정은 14.99달러(약 1만6714원)다. 애플뮤직 한국 서비스의 개인계정 월사용료는 7.99달러(약 8909원), 가족 계정은 11.99달러(약 1만3369원)으로 해외 서비스 가격보다 20% 가량 낮다. 국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월사용료(8000원~1만3000원) 수준으로 결정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하는 애플의 오랜 방침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을 감안한 파격적인 결정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애플뮤직에 처음 가입하는 사용자에게 3개월 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뮤직 국내 서비스의 모습. 국내 K팝이 추천음악 메인메뉴에 등장했다. /애플뮤직 캡처
K팝 뮤직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눈에 띈다. 애플뮤직을 실행하면 듣고 싶은 음악 장르에 K팝이 추가됐으며,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메뉴에서도 동방신기, EXO, 이적, 성시경, JYJ, 거미 등 한국 가수를 선택할 수 있다. 추천음악 페이지에도 외국 곡 대신 K팝이 뜬다.
애플은 국내 음악의 큐레이션 서비스를 위해 국내 3대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 YG엔터테인먼트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 인디음악 큐레이터로는 서울소닉이 참여한다.
애플은 수많은 추천 플레이리스트(재생목록)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하거나 음악 관련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애플뮤직은 사용자의 장소, 환경, 분위기, 요일 등 여러 상황에 적합한 음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베큐 파티를 할 때 들으면 기분 좋은 음악, 휴가지에서 듣기 좋은 편안한 음악을 추천하는 식이다. 또 90년대 아이돌 음악, 2000년대 가요 발라드, 추석명절 소화 잘되는 90년대 댄스 음악 등 가수나 시대 별로도 음악을 추천할 수 있다.
◆ 100여개국 서비스하는 애플뮤직, K팝 해외진출 ‘청신호'...제2의 싸이 탄생하나애플뮤직은 세계 음악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애플뮤직의 가입자 가운데 약 50% 수준이 미국 이외의 국가 사용자로부터 나오고 있다.
음악 전문가들은 애플뮤직의 한국 진출이 세계 시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K팝의 해외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시장 진출은 막대한 자본력이 뒷받침 돼야하는 만큼 쉽지 않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뮤직을 통하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어 전 세계에 음원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인디음악 업계에서도 ‘제2의 싸이(Psy)’가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애플은 K팝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8월 한달 간 4회에 걸쳐 애플뮤직 내 24시간 인터넷 라디오 방송 서비스인 ‘비츠원(Beats1)’을 통해 K팝 알리기에 나선다. 비츠원은 유명 아트스트들이 DJ들로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엘튼 존(Elton John),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ane Blige),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등 유명 가수들이 DJ로 참여한 바 있다.
엘튼존이 자신의 비츠원 생방송을 알리는 모습
애플은 비츠원 서비스를 위해 국내 가수들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국내 시장 환경에 맞춰 가요에 대한 음원도 대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뮤직이 철저한 현지화로 무장한 만큼 국내 기업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플뮤직은 하나의 계정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 국내 서비스의 음원수 3배...커넥트 이용하면 아티스트와 직접 소통 가능 애플뮤직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형태로 들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하나의 계정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애플TV 등 다양한 기기에서 애플 뮤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뜻이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을 경우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폰, 태블릿에서도 애플뮤직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뮤직의 최대 강점은 음원수다.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멜론(MelOn)’, ‘벅스(Bugs)’, ‘지니(Genie)’, ‘엠넷닷컷(MNET)’ 등은 한국 가요에 대한 음원수는 많지만, 월드 뮤직의 음원수 측면에서는 애플뮤직을 따라가기 힘들다. 외국 곡의 경우 ‘권리사의 요청으로 재생할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쉽게 볼 수 있다. 해외 팝에 대한 음원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뮤직의 총 음원 수는 3000만곡으로 국내 최대 음원 보유 서비스보다 3배 이상 많다. 애플뮤직의 국내 진출로 사용자의 음악 선택권은 폭넓어진다.
애플뮤직 커넥트 메뉴의 모습. 유명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애플뮤직 화면 캡처
또 애플뮤직의 커넥트(Connect) 메뉴를 이용하면 유명 가수들과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경험할 수 있다. 아티스트들이 믹스테잎이나 안무 연습 영상, 신곡 프리뷰, 무대 뒤 사진 등을 업로드하면 애플뮤직 사용자들은 SNS처럼 팔로우한 아티스트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를 수 있다.
지난 2015년 WWDC에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한 미국 유명 가수 드레이크(Drake)는 “다음 신곡을 커넥트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개발자회(WWDC)에서는 애플뮤직의 새로운 디자인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애플뮤직은 직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채택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현재 개발자를 대상으로 배포된 iOS10을 설치할 경우 애플뮤직의 새로운 UI를 사용해 볼 수 있다.
각 메뉴명의 글자가 커졌으며 노래와 앨범별 차트순위를 한 눈에 들어오도록 했다. 음악을 듣는 도중 나만의 재생목록에 음악을 추가할 수 있고 선호하는 음악은 ‘하트’ 아이콘을 눌러 즐겨찾기에 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