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이 조그만 종잇조각의 위상이 요즘 말이 아니다. 가계부 한켠에, 지갑 깊숙한 곳에 당당히 자리하던 건 옛말, 이제는 웬만하면 쓰레기 취급 받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영수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설준희 캐시카우 대표의 남다른 아이디어 덕분이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쇼핑을 한 뒤 영수증만 잘 챙겨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이젠 '영수증 버려주세요' 하는 과감한 말은 꾹 삼키는 게 좋겠다. '영수증으로 돈 버는 앱' 캐시카우는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6개월여 만에 다운로드 50만 명을 넘어섰다.
#. 티끌 모아 태산…"6개월 만에 20만원 모았다"
Q. 영수증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무슨 얘긴가?
'캐시카우'에 등록된 가맹점을 이용한 소비자가 영수증을 찍어 올리면, 업체에서 미리 정해놓은 리워드율 만큼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다. 소비자가 영수증을 통해 '구매 증빙'을 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 입장에서도 매우 합리적인 모바일 광고 플랫폼이다. 현재 '캐시카우'에 등록된 가맹점수는 2천5백여 개다.
Q. 영수증을 이용해 리워드 받는 앱은 최초인 것 같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나?
소셜커머스에 할인쿠폰을 남발하면서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 피해를 입는 사례를 많이 봐 왔다. 안타까웠다. 가맹점은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으면서 할인쿠폰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소비자 역시 할인쿠폰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보다 합리적인 거래구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정상적으로 판매와 구매가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영수증을 선택하게 됐다.
Q. 본인도 영수증을 잘 챙기는 알뜰족인가?
나 역시 '캐시카우' 회원으로 앱을 잘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모은 포인트는 약 20만 포인트, 현금으로 하면 20만 원 정도 된다. '캐시카우'는 포인트가 2만점 이상 쌓이면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다.
Q. 영수증만으로 번 돈이 20만원이라. 대단하다. '캐시카우(Cash Cow)'는 경제학 용어로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제품을 뜻하지 않나. 앱 이름이 이에 딱 들어맞는 것 같다.
기업의 포트폴리오 전략에서 나오는 그 '캐시카우'와 동일한 의미가 맞다. 가맹점들이 일시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에 매몰되거나 소비자들이 단기적인 혜택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비합리적인 방식을 탈피하고, 가맹점과 소비자 사이에 합리적인 거래관계를 꾸준히 유지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캐시카우' 앱의 본질이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캐시카우를 '2세대 O2O 서비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에서 만들어진 서비스, 즉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캐시카우'는 소셜커머스나 배달앱 등 1세대 O2O 서비스와 분명히 선을 긋기 위해 2세대라는 말을 사용했다. 기존 1세대 모델의 한계를 뛰어넘어 산업구조를 혁신하는 것이 2세대 서비스의 목표라고 생각한다.
#. "젊은 창업자들과의 경쟁? 그들과 다른 게 내 강점"
'캐시카우'는 설준희 대표가 50세가 넘은 나이에 만든 역작이다. 15년간 컨설팅 업체의 대표로 있으면서 잘못된 마케팅 전략들을 많이 봐 온 경험이 그에게 '캐시카우'를 창업할 수 있었던 초석이 됐다. '판교 테크노밸리에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은 보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IT분야에서 젊은이들 못지않은 감각을 뽐내고 있는 설준희 대표. 일생을 사업가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Q. 본인의 인생에서 두 번째 창업이다. 이전의 창업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2000년에 창업한 컨설팅 업체 BSG파트너스도 그랬듯,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능력은 없다. 다만 90년대에 경영컨설턴트로 활동하며 기업의 흥망성쇠를 다양하게 경험했고, 이를 통해 경제와 산업의 변화 속에서 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특히 기존 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어떻게 새로운 형태로 변형해야 할까 고민했던 것들이 '캐시카우' 창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Q. 캐시카우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뜻인가?
그렇다. '캐시카우'는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광고산업에서 한계성을 발견하고 여기에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이다.
Q. 스마트폰 앱은 청년들의 창업이 가장 활발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정말 재미있고 다양하다. 어떻게 보면 생각부터 실행에 옮기는 방법까지 모든 것이 나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청년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달리 하는 게 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역할을 하고, 나는 기존 산업을 혁신하는 역할을 하면 서로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 소상공인 우선…프랜차이즈 가맹점 확대는 다음 단계
'캐시카우' 첫 해의 성적은 어땠을까. 설준희 대표는 "마음속으로는 빵점이지만 그럴 순 없고, 5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한다.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라는 뜻이다. 시장에 '캐시카우'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건 만족하지만 지방까지 가맹점을 확대하지 못한 건 아쉬움이 크다고. 특히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회원들에게 기대감만 주고 기회를 못 준 것 같아 죄송스럽단다. 설 대표가 내년 1순위 목표를 전국 가맹점 확대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Q. 가맹점 모집이나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나?
'캐시카우'의 가맹점은 사람이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통해 계약이 이뤄진다. 일정 규모의 가맹점이 모집되기 까지는 영업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Q. 프랜차이즈로 가맹점을 확대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서비스가 운영되다 보면 영세업체가 불리해질 것 같다.
'캐시카우'는 처음 생겼을 때부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가 영수증을 찍어 올리기 전까지는 가맹점의 지출 비용이 전혀 없기 때문에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게 광고비를 지출할 필요가 없으며, 앱을 통해 자연스레 가게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확대는 그 다음 단계다.
Q. '캐시카우'도 리워드 앱의 일종인데, 최근엔 광고를 보기만 해도 포인트를 주는 ‘돈 버는 앱’이 인기다. 이런 종류의 앱의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나?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 광고를 보면 리워드를 주는 앱의 핵심은 광고 인지이다. 그러나 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지가 아니라 판매 증대에 있다. 과거에는 광고 노출이 제한적이라 광고가 노출만 돼도 판매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노출되는 매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그런 효과가 크지 않다. 따라서 이런 앱은 단기적인 흥밋거리는 될지언정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2016년 '캐시카우'의 목표를 말해달라.
올해는 사업 첫 해라 서울을 중심으로 테스트마케팅을 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전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가맹점 확대를 이룰 계획이다. 2016년 캐시카우의 또 다른 목표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앱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자들에게는 생활 속 필수품이 되고, 가맹점에게는 '광고가 곧 판매'라는 등식을 인식시킬 수 있는 해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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