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은 최고 '히트작' 천원 전지은행권

    입력 : 2015.08.20 10:14

    4만5000원을 5만9500원에 판매…고가 판매 논란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6월 9일 서울 소공동 화폐박물관 앞. 평소라면 초등학생의 단체 관람이 있는 날을 제외하면 늘 한산한 이곳에 사람들이 박물관 정문 밖까지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들의 발걸음을 이끈 것은 한국은행이 올해 창립 65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천원짜리 전지은행권이었다. 전지은행권은 천원짜리 45장이 가로 5장, 세로 9장 붙어 있는 전지 크기 화폐 모음으로, 선을 따라 자르면 바로 쓸 수 있는 '진짜 돈'이다.


    지난 6월 9일 1차분 판매가 시작된 천원 전지은행권은 불과 2주일 만에 5만 세트의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한은은 일부 구매자가 은행권을 대량 구매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1인당 3세트로 구매 물량을 제한했지만, 5만 세트가 모두 판매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달 4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2차분 역시 판매 시작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1만 세트가 넘게 팔렸다.



    한은에 따르면 이번 전지은행권은 화폐수집가 뿐 아니라 일반인의 수요도 많았다. 전지권이 재복(財福)을 가져온다는 상징으로 인식되며 금융사 직원들이 VIP 고객 선물로 구입하거나 음식점 등 일반 자영업자들이 가게 인테리어용으로도 많이 구입했다는 것이다.


    전지은행권 판매가 예상보다 더 큰 호응을 얻으며 한은 내부에서는 전지은행권이 '올해 한은의 히트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우리나라 거시 경제 정책의 한 축인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도 일반 국민에게는 먼 존재로 여겨지던 중앙은행이 전지은행권 판매를 통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전지은행권 판매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판매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원짜리 45장인 전지은행권의 액면가는 4만5000원이지만, 판매가는 포장 값과 부가세 등이 포함된 5만9500원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은행권 판매는 한은 현직 임직원이 가입된 행우회가 100% 지분을 가진 서원기업이 전담하고 있는데, 이미 여러 차례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지적된 기업이 또 다시 은행권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