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소통의 도구이자,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다. 하지만, 텍스트로 된 SNS는 더이상 신선하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내 생각도 달갑지 않아졌다. '친구'로 맺어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 거리감을 두고 싶은 사람들에게까지 내 최근 소식이 알려지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이 늘어나면서 "엄마 아빠를 피해 페이스북-트위터를 떠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점점 텍스트 위주의 SNS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대신 반대 급부적으로 '내가 원하는 이들'과 '더 사적인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더욱 커졌고, 사람들은 새로운 SNS를 찾아나서게 된다.
대안이 된 것은 바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사진형 SNS다. '읽고 공감해야 하는' 텍스트형 SNS 보다, 내가 궁금해 하는 국내 연예인·할리우드 배우·스포츠 스타·지인 등의 일상을 낱낱이 볼 수 있고, 더 사적인 영역인 "어디에 다녀왔니?" "뭘 먹었니?" "어떤 휴가를 보냈니?" 등 수많은 궁금증을 찰칵 찰칵 찍힌 사진으로 해소할 수 있어서일 거다. 또 나의 일상을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능동적인' 면과 공통 관심사로 묶인 유대감도 사진형 SNS가 텍스트형 SNS를 대체하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괄목할 만한 부분은 원래 트위터에서 사용하던 해시태그(#)가 사진형 SNS 사용자를 늘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이다. 이제 해시태그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 사람들을 집합 시키는 하나의 '공용어'가 되었다.
인스타그램(左) / 폴라(右)
선견지명이었을까. 마크 저커버그는 일찍이 이러한 변화를 예견한 듯 싶다. 그는 페이스북 이탈자들이 늘자, 2012년 4월 10억 달러(한화 1조 4000억 원)를 들여 전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마땅한 수익이 없었던 회사를 말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인스타그램은 다운로드수는 5억 건을 돌파(2015년 7월 기준)하며, 3억 명의 유저가 사용하는 SNS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페이스북의 성공 비법을 발빠르게 캐치했다. 올해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한국의 인스타그램'을 표방하며 '폴라'를 선보였다. 모바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보았기 때문이다. 현재 폴라는 다운로드수는 50만 건을 넘어서며 새로운 사진형 SNS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앱대앱은 사진 SNS의 원조 인스타그램, 후발주자 폴라를 비교 분석해봤다.
우선, 가입은 어떻게 할까? 필자는 구글 플레이에서 두 앱을 검색해 다운 받아 설치했다. 가입 절차를 밟으면서 두 앱이 어떻게 유저들의 정보를 확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인스타그램과 폴라 모두 모(母)기업의 정보를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사용자들을 인스타그램으로 전환시키려는 노력이 보였다. '페이스북 연동'을 통해 인스타그램은 내 지인들의 리스트와 관심사를 한번에 가져와 이를 적용할지 말지를 선택하라고 했다. 다만, 페이스북의 지인 모두를 강압적으로 친구로 만드는 대신 원하는 공유대상을 고를 수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보다는 더 사적인 공간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스타그램' 가입 화면(左)과 '폴라'의 가입 화면(右). 인스타그램은 모기업인 페이스북의 정보 연동을, 폴라는 모기업인 네이버와 경쟁사인 페이스북의 정보 연동을 추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사람찾기 기능(左)/'폴라'의 HOT PIC 화면.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 지인을 중심으로 팔로잉을 늘려가는 '사람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폴라'는 따뜻하고 느낌있는 이미지를 위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가장 눈에 띄는 두 앱의 차이점은 콘텐츠를 찾고, 생산하고, 널리 퍼뜨리는 방식이었다. 인스타그램은 활동하는 '사람'들이 중심에 서 있었다. 페이스북과 연동된 정보와 관심대상을 바탕으로 인물이 중심이 된 정보 나열이 주를 이뤘다. 검색란에 '사람 찾아보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연동된 지인과 관심 대상들을 추천하고 팔로잉을 통해 늘려가는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게재돼 있는 사진들도 주체인 '내'가 이런 삶을 향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듯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셀카(셀피)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반면, 폴라는 각 해시태그에 따른 이미지를 디스플레이 하는 것에 공을 들였다. '느낌 있는 이미지'가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저화질의 사진 보다는 좋은 카메라에 좋은 사진 터치를 더한 듯한 '작품 같은' 사진을 메인 화면에 전면배치 해 놓았다. 또 그때 그때 많이 생성되는 해시태그를 추천하고 각 해시태그에 포함된 이미지들을 모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지를 따라 클릭 하고 공유하는 형태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을 보다 보면 전시회를 구경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배우 소유진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소여사의 레시피'라는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인스타그램은 #먹스타그램, #빵스타그램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핫이슈들을 빠르게 흡수, 반영하고 있었다. 쿡방이 인기인 요즘, 사람들은 방송에 나온 요리를 만들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곤 했다.
방송인 백종원의 아내이자 배우 소유진은 인스타그램에서 남편의 비법 소스를 활용한 음식을 '소여사의 레시피'라는 해시태그를 넣어 게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필자도 보면서 '소유진도 이런 음식을 먹는 구나, 이런 비법이 있구나' 하며, 다음에 같은 음식을 해보리라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는 같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인증하면서 비슷한 콘텐츠들이 유행하면서 양산되는 현상을 보였다.
연예인 계정 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관련한 이미지를 보는 재미가 있는 '폴라'. 따뜻하고 감성적인 이미지가 주를 이룬다.
반면, 아직 폴라를 이용해 근황을 전하는 연예인은 많지 않아서일까. 소박하고 서정적인 우리네 일상사를 사진과 함께 보는 느낌이 강했다. 대신 여러 사람들이 공들여 찍은 사진 실력에 깜짝 놀라며 감탄하고, '나도 그들처럼 저런 곳에 휴가를 가서 저런 음식을 먹어봤으면..' 하는 감상에 젖게 했다. 화면 구성이 조금 더 아티스트적인 향기를 풍겼다.
또 주말이 되면 고궁, 산책 등 휴식과 관련한 톱 해시태그가 되고, 저녁이 되면 도시락 등 음식 관련 해시태그 상위에 언급되기도 했다. 기분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네일아트가, 휴가를 훌쩍 떠나고 싶을 땐 여행 단어들이 해시태그가 되어 관련 이미지들이 올라왔다. 마치 폴라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 했다.
이렇게 두 앱을 살펴보면서 사진형 SNS는 사람들의 사라져가는 감수성을 채우고, 이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하는 심리를 반영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적 영역에서 최대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서로 격려해주기도 하고, 모방하면서 정말로 즐기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진형 SNS는 일상 속의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다. 매일 매일 지겨운 일상이 힘들어질 때, 사진형 SNS를 통해 '새로운 소통'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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