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을 넘어 정치까지 파고든 SNS의 위력
신뢰할 수 있는 새 정치 소통수단 될 수 있을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이용자 10억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시장조사 기관인 이마케터에 따르면 전 세계 SNS 이용자 수는 2007년 3억7000만명에서 2010년 7억7000만명으로 뛰었다. 연평균 28%꼴로 초고속 성장 중이다. 2011년 이미 9억400만명을 넘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2011년 말 트위터 이용자는 약 500만명, 페이스북은 약 400만명을 기록했다. 그 기반인 초고속 통신망은 시시각각 속도를 높이고 범위를 넓혀간다. 스마트폰 보급 역시 급신장세다. 2011년 3월 1000만대, 11월 2000만대를 돌파했다. 올 상반기 2500만명을 넘어설 기세다.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는 '초고도 네트워크' 시대. 그 파도는 이미 산업·시장 영역을 넘어 행정·정치로 밀려들고 있다. 분석서도 넘쳐난다.
●소셜로 정치하라
공훈의·김행 지음|한스미디어|256쪽|1만5000원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
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김상현 옮김|민음사|208쪽 | 1만4000원
●소셜미디어의 이해
소셜미디어연구포럼 지음|미래인|292쪽|1만6000원
◇소셜 정치의 도래
'소셜로 정치하라'는 SNS 정치 시대의 도래를 선언한다. 저자는 국내 첫 SNS 뉴스 매체인 위키트리를 창업한 사람들이다. 작년 4월 신라호텔 뷔페 식당에서 일어났던 한복 차림 거부 소동을 처음 알린 것도 SNS였다. 이 뉴스는 트위터에서 삽시간에 200회 넘게 RT(재전송)됐고 150만개가 넘는 트윗 계정에 올랐다. 신라호텔은 트위터 계정조차 없어 허둥댔다. 뒤늦게 같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트위터 계정을 빌려 사과문을 내보냈다. 이 사건은 국회에서도 이슈가 됐다. 특급 호텔에 한식당이 없으면 감점을 주도록 호텔 평가 방식까지 바꿨다.
2011년 2월 아이돌 그룹 빅뱅의 컴백 앨범 타이틀곡이 빌보드 차트 3위를 기록한 것도 SNS 덕이었다. 발표 열흘 만이었다. 빅뱅은 미국에 가본 적도, 미국 시장에 프로모션을 한 적도 없었다. 그저 타이틀곡의 뮤직비디오 일부를 유튜브에, 노래를 아이튠스에 올렸을 뿐. 곡 다운로드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 곡은 빌보드 차트에 재킷 사진조차 없이 3위에 올랐다.
저자들은 SNS에 대한 정치적 '편견'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중 하나가 'SNS=좌파 온상'이란 생각이다. '김제동 햄버거' 사건을 예로 든다. 작년 6월 '반값 등록금' 시위 때, 방송인 김제동은 시위 학생들을 찾아가 격려금 500만원을 남겼다. 돈은 두 봉투에 나눴다. 하나는 학생들, 다른 하나는 전의경들을 위한 것이었다. 학생들은 치킨과 햄버거를 주문해 전의경에게 전달했지만 경찰은 근무 중이라 받지 않았다. 한 학생이 몇 입 베어 먹은 햄버거를 경계 근무 중인 경찰 입 쪽에 들이대는 장면이 사진에 찍혔다. 한 보수 논객이 "'김제동 햄버거' 이러라는 건 아니지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집회 주최 측에 사과를 요구했다. 트위터에는 학생들을 나무라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김제동은 사과문을 올렸다.
저자들은 소셜미디어를 보수 대 진보가 아닌 '권위 대 감성'의 대결장이라 부른다. 6·2 지방선거 당시 국내 트위터 사용률은 1.3%에 불과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기껏 9%였다. 앞으로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휩쓸릴 것인가 활용할 것인가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는 더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컴퓨터와 네트워크는 단순한 도구 이상이다. 우리의 생활 세계를 규정하면서 종종 우리 예측이나 의도를 배반한다.
과거 이메일 시대, 우리는 출퇴근 시간 무렵에나 메일함을 확인했다. 답장도 충분히 생각한 후에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늘 '온(on)' 상태다. 손안의 스마트폰을 수시로 확인한다. 우리가 이메일을 확인하러 온라인에 가는 게 아니라 이메일이 우리에게 온다. 쏟아져 들어오는 메시지에 바로 답해야 한다는 강박에 눌린다. 예전 항공 관제사나 119 긴급구조원이 느꼈을 법한 스트레스를 일반인도 느끼게 됐다.
눈앞의 사람은 아랑곳없이 SNS 관계에 몰두하는 이도 있다. 친구를 만나서도 각자 스마트폰을 곁눈질하거나 아예 눈을 고정한 모습도 흔하다.
무엇보다 디지털은 현실 세계의 복잡성을 단순화한다. 정치인의 동정 하나가 그의 전부를 묘사하는 데 이용되고, 다친 아이 사진 한 장이 여론을 전쟁 그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는 서로 갈등 중인 어느 한쪽에 대한 반대로 몰아간다. 논객들은 입맛에 맞는 사실들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분노케 하고 양극화한다.
그렇다고 해서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명한 대처법은 기술의 편향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특성에 유념하는 깨어있는 참여자가 되는 것이다.
◇뉴·올드 미디어 간 견제·균형 필요
'소셜미디어의 이해'는 SNS가 일상생활을 넘어 정치·사회·미디어·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활용에는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공적 사안에 대한 시민의 지식과 관여도, 정치적 효능감을 높인다는 장점과 정보의 신뢰성, 의견의 동질화나 집단 분극화 같은 문제에 대한 염려가 공존한다.
'사이버 폭포 효과'란 인터넷상에서 검증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서 나타나는 현상. 한번 발신된 정보는 신뢰성이 확인되기 전, 폭포처럼 쏟아져 사회에 충격을 준다는 뜻이다. '분열 소통'도 있다. 몇몇 비슷한 사람끼리 자주 교류함으로써 그들끼리 성향과 관계는 강화되는 반면 여타 사람들과는 더 소원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역(逆)탄환 소통' 이론도 있다. 탄환 이론이란, 정보 발신자가 내보낸 메시지에 수신자가 총알을 맞듯이 영향을 받는 현상. SNS 시대에는 오히려 평범한 시민이 쏜 '총알'을 정부 고위 관리자가 맞고 비틀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저자들은 SNS가 새로운 정치 참여 확대 수단을 제공할 것인지, 신뢰할 만한 정책 소통 채널로 기능할 것인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결국 오늘날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아가는 SNS를 바람직한 정치 참여의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제도권 안팎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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